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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  연극 | 2004.04.21 ~ 2004.05.02 | 서울 


두 남자가 펼치는 초극(超克)의 사투!! 해일!! 

완벽한 구성의 시나리오와 열정적 연기가 탄생시킬 이 시대 최고의 감동대작 !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만큼, 시나리오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요소는 바로 깊이와 밀도였지만 빼 놓을 수 없었던 점은 바로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이다. 무거운 주제를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소화시켜 완벽한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한 노력을 결코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쟁을 놀이터로 둔갑시키고 그 속에 영웅을 탄생시키는 몇몇 전쟁영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전쟁을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작은 소극장에서의 2인극인 이 작품은 두 배우의 집중력 있는 연기력이 무엇보다 관건인 만큼 Actor의 본질은 인간 영혼의 재연(再演)에 있음을 피력하고자 한다. 

2인극의 결정판 
80분 동안 두 명의 캐릭터가 표현해 내는 인간의 다양하면서 묘한 감정들을 맛보게 될 것이다.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의 묘한 웃음의 페이소스를 느껴보자. 

- 작품의도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그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조선 인민군의 허리를 절단한 연합군은 북으로는 수송로 및 진입로를 차단하고 남으로는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온 인민군들의 퇴각로를 장악하여 열세에 몰리던 한반도의 전황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게 한다. 그때, 조선 인민군은 뼈아픈 후퇴를 감행하면서 아군의 퇴각 지연 전술로 수많은 전사들을 족쇄나 사슬에 묶어 연합군의 총알받이로 만들어 놓고 후퇴했다. 물론 자의반 타의반 선택된 사람들은 거의 하급에 속한 전사들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상상해본다. 이념으로 무장한 자기신념에 의해서든, 세뇌된 의식화에 의해서든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강제로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마지막까지 위대한 어버이 수령님을 외치고 인민 해방을 위해 싸웠을까? 살아남고 싶은 인간 고유의 본성을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말살시켰을까? 죽음 앞에 섰을 때 전쟁을 수단 삼아 되찾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자신에게 되물어보지 않았을까? 
우리도 그렇지만 그들도 본연의 모습으로 그리워했던 것은 과연 아무것도 없었을까? <해일>은 인간의 그런 나약하지만, 그것이 바로 진실인 모습을 담아낸다. 반미주의나 반전주의, 반공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해일>은 무슨 주의나 구호를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모순을 가슴으로 간파하고자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지금 이곳에 있는 비밀을 알게 될 지도 모르겠다. 

- 연출의도 
거대한 해일 앞에서의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해일>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모순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이 시대의 야만성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은근히 던지고자 한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한 것 같지만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이상, 결코 세상은 변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미디어가 현혹한 생활 속에서 평화와 안녕이라는 망각수를 마시고는 있지만 사실은 신제국주의의 위협과 핵을 담보로 한 패권주의의 해일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 해일은 어쩌면 거대한 인간의 악성(惡性)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꾸밈과 꾸미지 않음의 그 사이에서의 싸움 
연기라는 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미적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몸과 마음을 꾸미되 그 끝 간 곳에는 결코 꾸미지 않은 것들이 서로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수회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에 의해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또 세워내야 할 연기자 혼자만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해일>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꾸밈과 꾸미지 않음’의 사이를 오가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실재와도 같은 감정의 폭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칫 만담의 형식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의 틀 거리를 지니고 있지만 상황은 지극히 극사실적으로 표현되어질 것이며 내면의 세계는 은유된 이미지로 무대 위에 형상화될 수 있을 것 같다.부조리한 상황은 머리로, 그 속의 인간의 모습은 심장으로, 그에 덧붙여지는 서정성은 오감으로 관객에게 올곧이 전달될 때 이 극은 대리 행위자로서의 임무를 넘어서서 물아지경의 상태로 관객과 호흡하게 될 것이다. 


- 시놉시스 

때는 한국전쟁의 중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집혀 인민군은 퇴각하기 시작한다. 그때 인민군은 살아있는 하급 전사들에게 쇠고랑을 채워 인간 방패 막으로 삼는데……. 연합군의 추격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술 작전인 것이다. 하현과 만필, 역시 쇠사슬에 묶여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개인호 속에 남겨져 있다. 적군을 기다리는 만필과 하현은 적과의 싸움을 대비해 모의연습도 해보고, 서로를 비꼬아대며 말도 되지도 않는 소리들을 주고받는다. 그때 울려 퍼지는 한 발의 총소리! 하현은 다른 개인호에서 자살하는 동지의 모습을 목격하고 당황해한다. 하지만 만필은 그 전사가 왜 자살을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만필은 그 이유를 묻지만 하현은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다. 마침내 하현의 입을 통해 죽음의 순간을 알아버린 만필은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겉으론 사상이며 혁명 운운하며 강한 체 하는 하현도 마음속의 두려움을 떨칠 순 없다. 가져온 약초를 먹으며 꿈속에서 고향을 그리며 목숨을 건지고자 하는 만필과 아편에 의지해 두려움을 잊으려는 하현. 만필과 하현은 어떻게 하든 목숨을 건지고 싶은 것이다. 둘은 서로가 듣건 말건 자기 얘기를 하기도 하고 살아나가서 무엇을 할지, 고향에서의 추억들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처해진 상황을 잠시나마 잊는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하늘의 기러기처럼 자유롭게 날아 갈 수도 라이터에 비친 그림자처럼 제 뜻대로 춤을 출수도 없다. 살기위해 쇠사슬을 돌로 치며 살아남으려 하지만 애꿎은 돌만 깨어질 뿐이다. 설령 풀린다 해도 도망자를 처리하는 독전대가 그들의 머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은 결단코 변하지 않는다. 먼저 자살해버린 다른 개인호의 전사들은 그것을 이미 깨달은 것일까. 둘은 차츰차츰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죽여 달라고 울부짖는 만필. 아편으로 죽음의 공포를 부인하려하는 하현. 이윽고 만필은 끝내 혀를 깨물고 자살을 선택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환각 속에서 넋두리를 내뱉는 하현의 눈에 거대한 해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해일. 적군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현은 만필에게 자신도 무섭다고 고백하지만 아무 말이 없다. 그렇게 거대한 먹구름이 그들을 먹어 삼킨다.